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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다이제스트] Breakthrough Forward - 전진하는 김도훈

2014-02-13

전진하는 김도훈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상금랭킹 3위에 올랐던 김도훈이 올해 좀 더 전진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확실히 준비하고, 주니어 때부터 그의 것이었던 ‘행운’이 따라 준다면 거센 물살을 헤치고 나가 목적지에 확실히 다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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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 어패럴 봄•여름 시즌 제품의 TV 광고 촬영을 위해 지난 해 말 태국에 머물고 있던 김도훈은 편안해보였습니다.
우승 한번과 상금 랭킹 3위라는 지난해의 성적을 놓고 보자면, 그는 꽤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건 그도 인정했습니다.

“한국투어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상금도 제일 많이 벌었고, 아쉬운 순간도 많이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할 것은 다 한 것 같아요.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에서 생애 첫 승(2010년)을 거두고, 지난해 프로 데뷔 6년째를 맞았던 그는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매경오픈에서 2위, 그리고 10월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생애 2승째를 거두는 등 모두 3억6957만원을 벌어 상금 랭킹 3위에 올랐다. 6시즌 동안 총 6억 4000만원을 벌었는데, 절반 이상을 지난 한해동안 끌어모은 셈입니다.
상금 랭킹도 높지만, 그가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시즌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총 14개 대회 중 11개 대회에서 메이크 컷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17개 대회 중 10번, 12년 10개 대회 중 7번 메이크 컷했던 전례를 비춰보자면 그의 골프가 이제 조금씩 견고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나만의 플레이를 아직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이 없어요. 더 단단해져야 합니다. 누구나 항상 잘 칠 수는 없죠. 기복이 있을 때도 그걸 이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Profile
DO HOON KIM (김도훈)
나이 : 25세
신체조건 : 183cm, 75kg
프로데뷔 : 2007년
소속 : 타이틀리스트
우승(2승) : 토마토저축은행 오픈(2010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2013년)
2013년 상금 랭킹 : 3위 (3억695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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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
: 이번 촬영이 어땠나? 수영장에서, 그것도 물을 친 것은 처음이었을텐데?
김도훈 : 수영장에서 하는 촬영은 처음이었다. 이색적이었다. 선수들이 물에서 볼을 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특이했다. 수영장 난간을 걸어갈 때는 좀 무서웠다. 겁이 없는 편인데, 조심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인터뷰 질문> : 촬영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좀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인 것 같다. 어떤가?
김도훈 : 남들이 조용하다고 한다. 나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다, 낯도 가리고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인터뷰 질문> : 선수로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도훈 : 코스에서 나를 많이 믿는 편이다. 항상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자신을 100퍼센트 믿고, 집중을 잘하는 편인 것같다.

<인터뷰 질문> : 반대로 단점은?
김도훈 :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단점이 있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인터뷰 질문> :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알고있다?
김도훈 : 중학교 1학년(2002년) 때 방과 후 수업에 골프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재미삼아 갔었는데 볼이 날아가는 것이 좋았다. 볼을 치면 날아가서 뒷그물에 꽂히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내가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력도 빨리 향상한 것 같다. 첫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86타를 쳤다. 그리고 1년째 출전했던 대회에서 이븐파, 1년3개월만에 2언더파를쳤다. 당시 ‘신동’이라고 했다. 물론 골프를 시작한 지 2년쯤 됐을 때 다시 70~80타대를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인터뷰 질문> : 2002년이었다면 월드컵 때문에 축구가 붐이었을 텐데.
김도훈 : 축구도 많이 했고, 축구부에 들고 싶기도 했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했었다. 그런데 축구와 태권도는 희소성도 없고, 비전이 없는 것 같았다. 골프도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공부하면서 하는 취미 정도였다. 클럽 활동도 한 달에 한 번 꼴이었다. 방학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골프를 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부산에서 했었다. 여름에 대회가 열렸는데, 그 대회를 보러갔다. 국가대표 형들이 게임하는 것을 봤는데, 4년 뒤에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인터뷰 질문> : 스승은?
김도훈 : 주니어 때는 한연희 감독님에게 배웠다. 중학교 때부터 6~7년 정도. 물론 지금도 잘 봐주신다.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한 감독님의 장점이다.

<인터뷰 질문> : 2002년 골프를 시작해 06년에 국가대표가 됐다.
김도훈 : 2005년에 포인트를 받아 국가상비군이 됐다. 그리고 행운이 있었는지 06년에 국가대표가 됐고, 또 선발전을 통해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었다.

<인터뷰 질문> : 행운이라면?
김도훈 :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4명으로 선발전을 통해 먼저 3명을 뽑았다. 당시 국가대표는 총 6명으로 3명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먼저 뽑힌 선수는 김경태, 강성훈, 그리고 나와 이름이 같은 김도훈이었다. 
선발전에서 탈락한 국가대표 3명과 그해 다른 대회에서 잘한 선수 5명을 포함한 총 8명이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경쟁을 했다. 난 당시 선발전에 나갈 수준은 아니었지만, 선발전 바로 앞 대회였던 송암배에서 우승하면서 자격을 얻었다. 송암배는 대표 포인트가 높은 대회로 경쟁이 치열했는데, 나도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우승했다. 그렇게 선발전에 합류했고 결국 마지막 한 자리를 내가 차지했다. 당시 노승열, 허인회, 허원경 등 쟁쟁한 선수가 탈락했다. 당시에는 형들이 원체 잘했고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나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질문> :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은 어땠나?
김도훈 : 정말 못했다. 중요한 대회라 압박도 심했고, 게다가 난 해외 대회 첫 출전이었다. 국제 대회 경험이 전혀 없었다. 긴장도 많이 됐고.

<인터뷰 질문> : 메달을 따면서 병역을 면제 받았다.
김도훈 :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여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경태 형은 곧 가야할 나이였기 때문에 실감이 났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병역 면제는 좋았다. 운동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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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
: 그리고 2007년에 프로 데뷔했다.

김도훈 : 금메달을 획득하고 협회에서 프로 자격증을 받았다. 테스트도 받지 않았다. 그때 아마추어로 경험을 더 쌓을까, 그냥 프로로 갈까 고민을 했었다. 사실 아마추어에게 아시안게임 메달(추가로 따라오는 병역 면제)이상의 목표는 없다.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기회가 있을 때 가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질문> : 프로 데뷔 이후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도훈
: 프로가 됐지만 막상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없었다. 대회가 없으니 감각도 많이 떨어졌다. 2007년 시드전을 봤는데 떨어졌다. 시드전은 딱 한 번의 기회인데, 그때 감각이 너무 떨어졌었다. 그해 일본 퀄리파잉도 함께 봤지만, 2부투어 출전 자격만 얻었었다. 그래서 08년은 스폰서 추천으로 몇 개 대회에만 나가고, 일본 2부투어에서 활동했다. 데뷔 후 2년 동안은 경험을 쌓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 질문> : 09년에 약간 반전의 기미가 보였지만, 여전히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김도훈
: 09년은 그래도 괜찮았다. 상반기에는 SK텔레콤에서 2위를 하기도 했고, 우승 기회도 몇 번 더 있었다. 2010년엔 첫 승을 했지만, 성적은 널을 뛰었다. 총 13개 대회에서 9번이나 미스 컷을 했다. 스윙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골프장 가면 티 박스에 서는 것이 싫었다. 거의 입스 수준이었다. 괜찮다가도 한번 드라이버가 빗나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었다. 정신도 없었고. 그걸 반복했다. 그때 심리 치료도 받고, 피트니스도 하고, 스윙도 점검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인터뷰 질문> : 무엇이 문제였나?
김도훈 : 복합적이었다. 안 좋은 상황에서 너무 많이 볼을 치다보니, 몸에 무리가 많이 갔던 것 같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라운드를 많이 한 것도 문제였다. 바람이 많이 불면 힘도 많이 들어가는데, 그러면서 스윙이 안 좋아졌다. 대회 때는 스코어를 내야 하니까 덤볐던 것 같다. 시행착오였고, 공부하는 기간이었던 것같다. 안 좋았다기 보다는, 그런 것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질문> : 그 당시 기록을 살펴보니 80타 이상의 스코어도 많이 보였다.
김도훈
: 한 대회에서 OB도 대여섯 번 내고, 말도 아니었다. 9홀을 치고 기권한적도 있다. 2010년 솔모로 오픈 때였는데, 태풍이 불기도 했지만, 최악이었다. 9홀을 끝냈는데 10오버파였다. 동반자들이 ‘이렇게 안 맞을 때는 안 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없었고, 더 이상 볼을 치면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기권을 했다. 골프를 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씁쓸했다.

<인터뷰 질문> : 2012년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
김도훈
: 조금씩 좋아졌다. 안 좋아질 때는 한 번에 ‘훅’ 가지만, 좋아질 때는 조금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쉽게 금방 나빠져도, 다시 올라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조수경 박사님께 심리 코치도 받으면서 안정을 찾았다. 당시에는 생각은 괜찮게 해도 볼이 안 맞았고, 볼이 잘 맞아도 불안했다. 그래서 마인드도 바꿨다. 볼이 안 맞아도, 잘 맞아도 편했다.

<인터뷰 질문> : 가장 잘 먹힌 심리 처방은 어떤 것이었나?
김도훈
: 내 문제는 자신을 잃고 볼을 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맞든 안 맞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눈 앞에 볼이 있고, 그걸 치는 게 전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볼이 어떻게 날아가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그래서 볼을보고 그냥 쳤다. ‘딱’ 보고, ‘딱’ 쳤다. 그러니 스윙이 안정되고 다른 것도 좋아졌으며, 볼이 잘 날아가기 시작했다. 잡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질문> : 2013년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김도훈
: 아쉬웠던 순간은 워낙 많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매경오픈에서 2위를 했을 때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홀에서 못 잡았다. 16, 17, 18번 홀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승부 홀이었는데, 결국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인터뷰 질문> : 상금 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도훈
: 상금 랭킹 1위를 노리고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에 아쉬웠다. 올해는 상금 랭킹 1위를 노릴 것이다. 미국 PGA투어 가는 게 목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잘해야 한다. 한 단계씩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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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 : 2014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김도훈
: 무엇보다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숏게임도. 숏게임은 가장 확실하게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퍼팅 쪽이다. 퍼팅이 약하지는 않은데, 잘 되는 부분도 더 많이 신경을 쓸 것이다.

<인터뷰 질문> : 목표는?
김도훈
: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 우승하고 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것.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기도하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기도 하고, 존경받는 선수도 되고 싶다. 그런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인터뷰 질문> : 롤 모델은 누구였는가?
김도훈
: 해외에서는 타이거 우즈, 아담 스콧 등이다. 기술적인 부분, 경기에 임하는 자세, 스윙, 실력 모두에서 그렇다. 아직 같이 플레이를 해보지는 못했다. TV로만 봐왔고,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최경주 프로님. 볼모지였는데 개척했고 미국PGA투어에서 8승을 했다. 최경주 프로님 때문에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투어의 수준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높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만하다고, 자신도 있다.

<인터뷰 질문> : 플레이해본, 가장 유명한 선수는?
김도훈
: 아마추어 때 한국오픈에서 버바 왓슨과 플레이해봤다. 마스터즈에서 우승하기 전이었다. 같이 플레이할 때 처음에는 주눅이 늘었다. 원온을 많이 노리는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리는 멀리 나갔다. 그런데 ‘말도 안 된다’는 정도는 아니었다.

<인터뷰 질문> : 평균 비거리는 얼마인가?
김도훈
: 285~290야드 정도다.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비거리는 많이 나갈수록 좋다. 나도 거리를 5~10야드 정도만 늘리고 싶다. 295야드만 나가도 해볼만하다.

<인터뷰 질문> : 지금 이후의 시간표를 한번 만들어본다면?
김도훈
: 올해는 한국 투어 상금 랭킹 1위를 하고, 일본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내년에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2년 정도 활동하고 미국에 가는 것. 퀄리파잉스쿨 통과하고 2부투어에서 활동하고 1부투어 올라가서 우승하는 것. 그리고 메이저 대회 우승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 그러면 아마도 30대 중반이 될 것이다.

인터뷰 | 노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