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러려니 해왔다. 오랫동안 ‘타이틀리스트’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은 절대 평범한 것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볼을 필두로 클럽 모두 그렇다. 홍보, 마케팅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때로는 시시콜콜한) 내용을 그렇지 않게 포장해 전달하는(워드와 PDF 파일 모두 첨부한 e메일, 그리고 모바일폰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그들까지도, ‘평범한’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속내를 보인 적은 없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타이틀리스트는 브랜드도 ‘시리어스(Serious)’하고 구성원도 ‘시리어스’하다. 그러고보니 골프 업계에서 ‘시리어스’라는 단어의 최초 전파자는 타이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여러 디바이스에 올리는 글에 시리어스라는 단어를 자주 등장시킨다. 문맥 상 꽤 근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 저지로멜리나 로렌조 로카델리가 일행에게 원단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볼과 클럽의 행보가 어패럴에서 데자뷔
타이틀리스트어패럴 쪽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다. 태생이나 출발점이 다르니까. 볼이나 클럽에 대한 의사 결정은 미국 쪽에서 하지만, 어패럴은 한국 쪽에서 한다. 골퍼의 기본 정서와 성향, 시장 구조, 그리고 한국은 각종 브랜드의 ‘테스트 마케팅’ 지역이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개도 분명 다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어패럴의 론칭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 볼과 클럽의 행보가 데자뷔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볼과 클럽 쪽보다 좀 더 ‘시리어스’ 해지려는 모습도 목격된다. 클럽이나 볼과의 공통 분모를 꼽자면 ‘피라미드 오브 인플런스(Pyramid of Influence)’다. 이건 ‘타이틀리스트’라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중요 키워드다. ‘최고 레벨 골퍼의 의견이 차단위 골퍼를 설득하고, 결국 아마추어 레벨의 골퍼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자, 논리다. 타이틀리스트가 어패럴을 론칭한다고 했을 때 이 견고한 프레임을 깰지, 그렇지 않을지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였다. 마켓에 이미 ‘풋조이’라는 패밀리 브랜드 상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고 있는, ‘중복’ 상태에서 어떤 ‘내공’을 가졌느냐의 여부였다.
◀ 디자인 팀 박소연 전임이 새로운 원단을 살펴보고 있다.
최첨단 소재, 다른 패턴, 다른 디자인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이 론칭된 이후 5년이 흐른 현재. 그들은 ‘피라미드 오브 인플런스’라는 논리를 상품에 잘 녹여넣었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 발 더 들어간다면, ‘온리 예쁜 디자인’ 골프 웨어와의 대척점 중 가장 앞쪽에 서 있다. ‘기능’으로 요약되는, 최첨단 소재 활용, 다른 패턴과 디자인을 꾸준히 접목하고 소개해왔다. 여기다 소재(유럽의 까르비코와 저지로멜리나)나 가공(힌국TH상사) 업체의 신중한 접근과 꾸준한 관리, 가격 책정(고가), 원스톱 쇼핑(브랜드 스토어에 피팅과 마니아존 운영), 브랜드 이미지 관리(할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 등도 변별력을 만들어낸 요소다. 어패럴은 34곳에 달하는 ‘브랜드 스토어’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브랜드 스토어는 ‘대리점’ 개념이다). 교육에 주목한 것은 브랜드 스토어가 고객과 어패럴이 만나는 접점이란 판단 때문이다. 어패럴 측은 자신들의 의도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 스토어의 스태프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지난 3월 초 유럽의 원단 공장 견학이라는 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이었다. 타이틀리스트어패럴 박성준 차장은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브랜드 스토어 스태프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정보전달도 있지만, 제품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소재 등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염색을 위한 컬러 제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브랜드 스토어, 고객과 어패럴이 만나는 접점
일정에 동행한 일행은 11명이었다. 메가(Mega) 브랜드 스토어 3곳의 스태프 6명, 어패럴 본사의 디자이너와 영업 팀 등 직원 5명도 포함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소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R&D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라운드 테이블 시간을 통해 스태프 간의 질의 응답 시간까지 가졌다. 박성준 차장은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소재의 특성만 간단히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의 시작부터 어패럴의 완성까지 모든 단계를 공유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심화된 교육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마케팅 직원을 이번 일정에 포함 시킨 것도 그런 ‘공유’를 위한 이유다. 이들은 원단 공장을 살펴보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서울도산점의 심용섭 사장은 “30여년 동안 유통 일을 해왔는데 해외 원단 공장을 견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밀라노 시내 관광이 아니라 공장 견학을 선택한 것이 정말 타이틀리스트어패럴스럽다”고 했다.
▲ 공장의 시설, 특징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는 브랜드 스토어 스태프와 어패럴 직원들의 모습입니다.
스토어 스태프와 지속적인 소통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브랜드 스토어 스태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계획하고 있다. 웹사이트와 게시판을 별도로 운영하고, 오프라인 간담회도 진행한다. 또 원스톱 쇼핑 공간으로의 기능 확대에도 정성을 쏟고있다. 타이틀리스트 골프 볼부터 어패럴, 액세서리까지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서울도산점, 수원점, 대구봉무점 3곳을 특별하게 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3곳은 공통적으로 ‘타이틀리스트 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피터가 상주하는 피팅센터, 타이틀리스트 마니아가 잠시 쉬어가거나 교류를 할 수 있는 ‘마니아 존’ 운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3월 타이틀리스트어패럴 앱을 오픈하기도 했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선택한 정보(제품 소개, 레슨, 동영상)를 소비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또 골퍼의 주변 매장에 대한 알람, 이벤트나 프로모션에 대한 알람을 시시각각으로 제공해 편리한 쇼핑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취재의 제일 마지막 일정 때 만난 서울도산점의 심 사장은 “도산점은 타이틀리스트 고객이 필드로 가기 바로 직전까지 머무르는 공간의 성격이 크다. 제품도 구입하지만 이곳에서 타이틀리스트의 ‘컬쳐’를 체험하고 더욱 신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COMMENT 원단 공장을 둘러보니… |
이미진 과장│마케팅 팀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프리미엄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만큼, 사용하는 원단또한 높은 수준의 설비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이승 과장 | 영업팀
“타이틀리스트어패럴 제품의 우수한 퀄리티를 더욱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경험한 원단 생산 기술과 과정, 고기능성 원단에 대한 내용을 매장 교육 때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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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웅 대리 | 영업팀
“이번 견학을 통해 얻은 고기능성 원단의 제작 과정과 장점에 대한 내용을 매장에 상세하게 교육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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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찬 사원 | 제품 개발팀 MD
“제품을 기획할 때 함께 논의하고, 선택해 사용하던 원단의 생산 관리 과정을 직접 보니 더 신뢰가 갔다. 우수한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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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전임 | 디자인 팀
“결과물로만 보았던 원단의 편직, 염색, 가공 등 생산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한번 더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
4월 12일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왜? (Why The Titleist Apparel?) #2 - 메가 브랜드 스토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노수성│사진 고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