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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피팅센터 -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의 진화와 존재 이유

2015-07-08


움직이는 피팅센터 -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의 진화와 존재 이유
'First to come, Last to go.'
 
가장 먼저 도착해서 가장 늦게 철수한다는 의미다. 군 생활을 공병으로 근무한 사람이라면 폭파 임무 등을 띤 전투 공병의 모토(정확한 모토는 ‘시작과 끝은 우리가’다. 영어로는 First in, Last out.)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골프계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원하는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의 모토다.
 
흔히 ‘움직이는 피팅 센터’라 불리는 투어밴이 국내에 들어온 지도 벌써 10년가량 됐다. 그동안 투어밴의 운영방식과 서비스도 더욱 업그레이드됐고, 선수들의 인식도 바꾸었다.

한국프로골프(K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준업과 ‘베테랑’ 강욱순이 평소 투어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순준업은 “선수들의 샷에 미스가 날 때 반드시 잡아주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했고, 강욱순은 “코스에 따라 그때그때 클럽 피팅을 받는다.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은 모든 게 항상 준비돼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을 이끌고 있는 서동주 팀장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우리는 언제나 선수를 위해 대기한다. 그들이 ‘역시 타이틀리스트다’라고 말할 때 힘을 얻는다”고 했다. 영상으로 그들의 인터뷰와 투어밴의 내부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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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밴의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최고의 성능과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기술적 지원 외에 감성적 지원까지 담당하며 실내 피팅 외에도 필드 피팅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정 시간에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이다 보니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여 모든 선수가 원하는 시간에 동등한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 대회 당 지원되는 물량이 상당할 텐데.
“대개 160여명의 출전 선수 중 약 70%인 110명 내외가 우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볼의 경우 한 사람 당 2~3더즌을 가져간다. 그 외에 장갑과 모자가 나가고, 각종 피팅 서비스를 해 준다. 비용으로 따지면 대회당 8000만~1억원 정도 소요된다.”
 
(타이틀리스트는 대회 때뿐 아니라 전지훈련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추어 국가대표와 상비군, 2부 투어 등도 지원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합치면 연간 매출의 5% 정도를 투어 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main3-2007년부터 투어밴을 운영해 왔다. 선수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과거에는 단순히 볼을 지원 받고, 샤프트나 그립을 교체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투어밴 문화가 정착되면서 선수들 스스로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금은 웨지의 바운스 그라인딩은 예사로 한다. 우리의 경우 피팅, 빌딩(클럽을 만드는 일), 웨지, 퍼터, 볼, 장갑 등 각 분야 9명의 전문가가 세분화된 지원을 담당한다. 선수들이 이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클럽을 점검받는다.”
 
-선수들을 지원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12년 김대섭 프로가 군에서 제대한 뒤 얼마 안 돼 한국오픈에 출전했을 때다. 당시 화요일 아침 연습라운드 30분 전에 김 프로가 찾아와 무겁고 긴 퍼터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정말 30분도 안 돼 뚝딱 만들어줬다. 김 프로가 연습라운드 후 찾아오더니 ‘바로 이거다’라고 하더라. 나중에 출시된 ‘듀얼 밸런스’ 퍼터를 미리 만들어 준 셈이었다. 그 외에도 선수들이 ‘역시 타이틀리스트다’라고 할 때 큰 힘을 얻는다.” 
 
-선수들과 피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우리는 추측으로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모든 건 데이터 분석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트랙맨을 이용한 필드 피팅까지 서비스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선수의 감성이다.”
 
-선수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체크를 하려면 평소 소통이 중요할 텐데. 
“맞는 얘기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수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선수들이 투어밴을 집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그래야 속에 있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아무리 친해지더라도 절대 프로에게 말을 놓지 않는다. 지난 번 넵스 헤리티지 때 선전을 펼친 서형석도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우리는 ‘서 프로님’이라고 부른다. 선수와 우리 스태프 사이에 너무 격이 없어지면 나중에 업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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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에 운영되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은 몇 대나 되나. 
“우리나라 외에도 유럽, 일본에 한 대씩 운영되고 있고, 미국 남자의 경우에는 1부 투어와 2부 투어 합쳐 2대가 있다. 남미에도 한 대가 있다. 아시안 투어에 배정된 투어밴도 있지만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녀야 하는 특성상 한 곳에 상주한다.”
 
-현재 국내 남자 선수 중 상당수가 일본과 한국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뛰다 외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되나.
“전 세계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 천 명의 선수 제품과 제원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 자료는 각 투어 담당자들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투어 담당자들은 매 대회 참가 선수 명단이 나오면 DB를 보고 해당 선수가 평소 사용하는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게 바로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우리 쪽 스태프가 2주에 한 번씩 일본으로 출장을 가고 있다. 일본에도 현지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이 있지만 처음 진출한 선수는 언어 문제 등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앞으로 투어밴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투어밴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처럼 트레일러 형태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공간이 더욱 커질 수 있고,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물론 그 전에도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어쨌거나 우리의 도움을 받은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다.”

(사진 촬영 : 마니아 리포트 / 글 : 김세영 기자)